[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별미라는 봄철주꾸미, 정말 제철음식 맞아?
[경향신문] 봄이 되면서 주꾸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1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봄에 주꾸미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특히 이 시기만 되면 많은 방송프로그램이 제철주꾸미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다. 과연 주꾸미가 봄의 제철음식이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낙지를 먹어야 한다는 의미다. 주꾸미와 낙지는 모두 다리가 8개인 팔목과로 모양, 맛, 자양강장효능이 비슷하다.
동의보감에서는 문어를 팔초어(八稍魚)나 문어(文魚)로, 낙지는 소팔초어(小八稍魚) 혹은 락제(絡蹄)로 기록하고 있다. 반면 주꾸미는 언급되지 않는다. 주꾸미는 약용동물학, 자산어보에서 각각 소초(小稍), 준어(蹲魚)․죽금어(竹今魚)로 불린다. 따라서 낙지는 락제에서, 주꾸미는 죽금어에서 유래됐다고 볼 수 있다.
보통 1년생인 이들은 봄에 태어나 여름, 가을을 거쳐 다음해 봄에 산란기를 맞는다. 낙지는 가을에, 주꾸미는 봄철에 영양분과 맛이 더 좋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이에 대한 근거는 없다. 특별히 봄주꾸미에 타우린, DHA가 많은 것도 아니다.
주꾸미를 닭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봄에는 노계, 가을에는 영계라고 부를 수 있다. 산란기를 맞은 암컷은 모든 영양분을 알에 저장해 영양함량이 낮다. 실제로 많은 미식가들이 봄보다 가을에 주꾸미를 즐긴다.
그런데도 주꾸미의 제철을 봄으로 꼽는 이유는 ‘알’ 때문일 것이다. 보통 알에는 난황이 있다. 달걀노른자가 대표적이다. 연체동물, 양서류는 난황이 투명한데 주꾸미알 역시 마찬가지다. 단백질이 주된 성분으로 익히면 하얗게 변한다. 주꾸미알은 지질, 글리코겐 등 영양성분이 풍부해 고소하고 감칠맛이 난다. 과거 쌀이 귀했을 때는 이를 익혀 밥처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별미라는 이유로 산란기어족을 모두 잡아들인다면 언젠가 주꾸미를 맛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사실 봄주꾸미에 대한 칭송은 언론에 의해 과장된 감이 있다. 해가 갈수록 주꾸미어획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심지어 해양수산부가 봄철주꾸미 금어기를 지정할 정도다. 따라서 봄은 주꾸미에게 수난의 계절인 셈이다.
제철음식이란 그 철에만 나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봄 제철음식은 다른 계절에 맛볼 수 없는 별미여야한다. 봄철 알을 품은 주꾸미가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가을주꾸미를 위해 남겨둘 필요가 있다. 주꾸미는 봄에만 먹어야 하는 제철음식이 아니다.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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